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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자유를 빚다] 이응노미술관을 가다

상상한나 2008. 9.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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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대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시회 등의 문화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설령 있다 손 치더라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어 관심이 없다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뭐, 예술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서 주변을 눈여겨 보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대전에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에 하나가 서울에 비해 문화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에 대전에도 이런 예술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들이 많이 늘어났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마 중부권 최초 공공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대전시립미술관이 98년에 개관하면서 사람들도 자연스레 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관련 행사장을 찾게 되면서 주변에 새로운 문화 공간이 늘어나거나 혹은 숨어 있었던 장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2007년, 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새로 개관한 이응노미술관을 찾았다.

작은 규모의 미술관이지만 구석구석 독특하고 인상 깊은 설계로 고암 이응노 선생님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독특한 구조라는 생각에 의미없이 둘러봤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설계의 의미를 알고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됐다.

http://ungnolee.ivyro.net/leeun/02/02.html 

이 건물은 프랑스 건축가인 로랑 보드엥씨가 설계를 했다고 한다.
상징, 담/마당, 산책, 자연이라는 4개 chapter를 통해 고암 이응노 선생님의 작품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의 전통, 자연과의 조화까지 표현한 설계라고 한다.

필자가 찾아갔을 때는 개관 1주년 기념 고암 도자展이 열리고 있었다.

입구에는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버티고 서 있었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기대를 가지고 전시관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약간의 관람료를 지불하고 전시관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전시관 관람에 앞서 미술관 모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도자보다 건물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은 것 같다...)

로비를 지나면 전시실로 가능 통로가 인상적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이용한 조명은 자연의 흙을 빚어 의미를 표현하는 도자의 느낌과도 연결되는 듯했다.

드디어 이응노 선생님의 작품 세계가 열리면서 건물이 아닌 도자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둡고 고요했던 전시관을 벗어나자 밖이 환하게 내다보이고 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커다란 유리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전시관 곳곳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 아닌, 안에서도 밖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편안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도자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어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로비에 앉아 입구에 있던 소나무를 바라봤다. 오후의 햇살이 숨을 죽이며 소나무의 그림자와 함께 전시실 안까지 들어와 있었다.

학창시절 미술시간 이후 예술과는 담을 쌓고 지냈고, 도자라고 하면 초등하교 시절 찰흙으로 장난질 쳐본 게 다인 필자에겐 솔직히 난해한 작품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사전 정보도 없이 찾아간 한 번의 관람으로 수십 년을 쌓아온 예술가의 세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해 본 시간이었으며 그동안 모니터의 활자와 복잡한 세상일에 지쳐가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 [고암, 자유를 빚다] 도자展은 9월 25일까지 계속됩니다.

http://www.ungnolee-museum.daeje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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